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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teama 작성일21-07-24 17:45 조회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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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어느 판사 출신 "내가 겪어보니"
최고위 법관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A씨는 지난 3월 18일 서울 평창동의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길이 약 6m의 검정색 롤스로이스와 부딪혔다. 신호등과 중앙선이 없는 교차로였다. 그의 차량은 왼쪽 앞 모서리 부분이 부서졌고, 상대방 차량은 뒷좌석 문에 일자(一字) 모양으로 흠집이 났다.

상대 차량은 롤스로이스 중에서도 시가가 5억~8억원에 달하는 최고급이었다. 흠집이 난 이 차량 뒷문의 외판(外板) 하나를 교체하는 데만 2000만원이 든다는 견적이 나왔다. 문제는 수리비보다 대차료였다. 이 부품은 국내에 없어 외국에서 가져와야 했는데 그 기간이 대략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상대방이 이 기간 동종의 롤스로이스를 렌트했다면 대차료는 9000만원(하루 평균 300만원)에 달할 수 있다. 수리비를 포함하면 1억원이 넘을 수 있단 얘기다. 보험으로 해결하겠지만 나중에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액수다. 롤스로이스 주인이 빌린 차종과 렌트 기간은 아직 A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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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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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운전기사도 “당신의 100% 책임이라고 인정하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 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A씨를 압박했다고 한다. A씨는 “직접 당해 보니 고급 외제차의 ‘대차료 폭탄’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며 “30년 넘게 법을 다룬 나도 겁나고 고통스러운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송으로 가는 한이 있어도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 날 롤스로이스 운전기사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A씨는 진술서를 직접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고, 지난 5월 현장 조사 땐 본인의 차량을 끌고 가 사고 당시를 재연했다.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달 초 신고를 한 롤스로이스 운전기사를 사고 가해자로, A씨를 피해자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 가해자, 피해자라는 결론은 아니어서, 구체적인 책임 비율은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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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제차 사고로 인한 손해액(대차료 포함)은 2018년 1조7016억원, 2019년 1조8615억원, 작년 2조23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고가의 외제차 사고로 인한 ‘대차료(렌트비) 폭탄’도 이런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업계에선 분석한다.

문제는 대차료 지급에 관한 구체적 법령이나 대법원 판례가 없어 갈등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외제차 사고가 났을 때 같은 배기량의 국산차(동급)를 빌린 경우만 ‘적정 대차료’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같은 종류의 외제차(동종)를 빌렸을 때의 대차료까지 인정해줘야 하는지에 관한 대법원 판례도 없다. 외제차 주인이 같은 종류의 외제차를 대차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반면 일본 법원의 경우 외제차 ‘적정 대차료’를 같은 배기량의 국산차 렌트 비용만큼만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경우 외제차 사고 시 동종의 외제차 대차를 인정해주고 있다. 다만 같은 차종에 대한 다양한 가격대의 렌트비 중 최저가에 가까운 저렴한 비용을 대차료로 인정해주고 있다. 구체적 기준이 있는 것이다. 국내 차량 보험업계에도 대차 기간 및 비용 산정 기준을 담은 표준약관이 있지만 법원 소송에선 단순 참고 자료로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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